
트레바리 독서 모임에서 나눈 사유를 담아 작성한 독후 기록입니다.
반복된 논조의 불편함 속에서도, 새로운 사유를 자극한 도발적인 통찰을 안겨준 책.
이번 독서 모임을 통해 데이비드 색스 작가님의 책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전 작품인 '아날로그의 반격'은 제목만 들어본 정도였기에, 특별한 배경지식 없이 이번 모임의 선정 도서인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의 제목과 표지에 담긴 내용에서 짐작한 첫인상은 상당히 반가웠습니다. 어떤 주제든 새로운 관점의 의견을 접하는 것은 제게 늘 색다른 경험이었고, 저와 다른 의견을 통해 스스로 사유할 거리를 얻는 것을 즐겁게 받아들여왔기 때문입니다.
책의 초반부를 읽으면서, 평소 직무 관련 서적이 아니면 잘 읽지 않는 저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이 다루는 핵심은 갑작스러운 팬데믹으로 급변한 삶에 침투한 디지털 세상에 대한 불편함이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대를 겪은 우리는 당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에 대해 굳이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직업적으로 컴퓨터와 가깝게 지내지만, 팬데믹 당시는 늘 불안하고 답답했던 시기였고, 이러한 공감대가 저를 책에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팬데믹'이라는 키워드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이 점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느꼈던 가장 큰 불편함이었습니다.
작가의 주장처럼, 완전 재택근무와 모든 사회생활이 단절되어 오직 0과 1의 세계에서만 소통해야 했던 당시 상황을 '좋았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초반에는 출퇴근 시간 절약 등으로 편의를 느꼈을지라도, 사람은 소통하는 존재로서 타인과 마주치며 겪는 미묘한 경험들이 삶을 더욱 인간답게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작가가 이 특수한 경험을 빗대어 '디지털 시대 = 팬데믹'이라는 등식을 이어 붙인 지점입니다.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인해 장거리 이동 없이도 타인과 미팅할 수 있게 되었으며, 기술 발전 덕분에 학습 방식과 삶의 방식에 많은 편안함을 얻었습니다. 물론 이 편안함이 사람과의 직접적인 소통 및 조화를 이루어야만 행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디지털로만 소통해야 했던 상황은 온전한 디지털 세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소통을 편하게 하기 위한 기술이 충분히 성숙하게 발전되지 못한 채 강제적으로 사용되었던 시기였기에, 우리에게 불편한 경험과 부족하다는 인상만을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성숙해진 디지털 세상은 팬데믹 시기에 겪은 경험과는 분명히 다를 것입니다.
이러한 저의 생각이 강해질수록, 책은 반복적으로 디지털 세상이 인간다움을 결여하여 우리가 불행해진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반복되는 논조가 책을 읽어 나가는 데 지침과 불편함을 선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의도는 확실하게 전달된 것 같습니다. 같은 시대의 어려움을 겪은 사람으로서, 디지털 소통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불편함과 불행함이 있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챕터가 넘어감에 따라 다른 논점을 제시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