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레바리 독서 모임에서 나눈 사유를 담아 작성한 독후 기록입니다.
나는 이번에 레이 커즈와일이 쓴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라는 책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솔직히 말하면, 책에 담긴 모든 내용을 하나하나 곱씹어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세부적인 내용을 전부 머릿속에 담아두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전체를 관통하는 큰 흐름, 그러니까 기술이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흥미로움과 그 발전이 대략적으로 어떤 시기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지에 대한 윤곽을 그려볼 수 있었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느낀 부분은, 작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이야기하는 내용에 대해 꼼꼼하게 출처를 밝히면서도, 그 위에 자신만의 생각과 해석을 재치 있게 얹어서 독자에게 친절하게 전달한다는 점이다.단순히 데이터를 나열하거나 학술적인 주장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설득력과 유머가 함께 담겨 있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삶은 기하급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라는 제목이 붙은 장(챕터)이다. 이 장의 부제목은 '대중의 견해는 실제 통계와 왜 다른가'인데, 이 부제목만 보면 무겁고 진지한 통계 분석이 이어질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런데 막상 본문이 시작되면,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 등장한다.
"오늘 전 세계 극심한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의 수가 0.01퍼센트 줄었습니다!"
"어제에 비해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이 0.0008퍼센트 높아졌습니다!"
"오늘 수세식 화장실이 설치된 가정의 비율이 0.003퍼센트 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루 단위로 보면 거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미미한 수치들을 마치 속보 뉴스처럼 전달하는 방식으로 글을 시작하는데, 이것이 절로 웃음을 자아냈다. 동시에 이 유머 속에는, 이 장 전체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가 이미 담겨 있었다.
세상은 하루하루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아주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그 변화의 방향은 분명히 긍정적인 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의견에 깊이 동의한다.
이러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수많은 통계 수치를 장황하게 나열하거나, 어렵고 현학적인 설명을 길게 이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방식 대신, 단 한 번의 유머러스한 비유를 통해 같은 내용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그리고 기억에 남는 방식으로 전달했다. 이 표현력에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나는 현재 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비록 기술 발전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위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속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이나 도구가 등장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그리고 그 속도가 단순히 일정한 빠르기로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가파르게 빨라지고 있다는 느낌도 받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변화에 대해 "내 직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감보다는,
오히려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작가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미래에는 사람의 의식이나 정보를 디지털 세계, 이른바 클라우드라고 불리는 가상의 공간에 올려보내는 일이 실제로 가능해질 수도 있다. 혹은 내가 어릴 때부터 상상하기를 좋아했던 공상 과학 속 장면들이,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실제 현실에서 눈앞에 펼쳐질 수도 있다. 이런 가능성을 떠올리면, 나는 마치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가져다줄 것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흥분과 기대감으로 마음이 들뜨게 된다.
다만, 작가가 책에서 강조하듯이,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발맞추어 적절한 규제와 법률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기서 내가 주목한 점은 이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영향력의 증폭은,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좋은 의도를 가졌든 나쁜 의도를 가졌든 가리지 않고 똑같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술은 사용하는 사람의 영향력을 열 배, 스무 배로 키워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때 선한 영향력이든 악한 영향력이든 차별 없이 증폭시킨다.
그러므로 나쁜 사람이 기술을 악용할 것만 걱정하기보다는, 좋은 영향력이 더 많이, 더 크게 증폭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 전체의 관점과 제도를 잘 가다듬고 정비해 나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현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 속에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계신 분들께 이 책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한 발짝 떨어져서 다시 한번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현재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들에 대해 한 번이라도 직접 공부해 보시기를 진심으로 권해 드린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드는 솔직한 감정 하나를 덧붙이자면, 나는 한 번도 직접 만나본 적 없는 이 작가와 마음속으로 조금은 가까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책을 통해 전해지는 작가의 목소리와 생각이 그만큼 진솔하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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